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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람들은 항상 피곤할까?

by 니펠렘 202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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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늘 피곤하고, 에너지의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왜 이런 것일까?
 

나는 거의 매일, 특히 잠자리에 들 때만큼은 나만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한다. 우선 피로감을 느끼기 전에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친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를 닦고,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피부 관리를 한다. 휴대전화는 밤새 거실에 두고, 조용하고 조명은 약하며 덥지도 춥지도 않은 침실로 간다. 침실에선 간단히 감사 일기를 쓰고 30분 정도 소설을 읽다가, 밤 11시가 되면 불을 끈다.

그로부터 8시간 30분이 지난 후, 나는 피곤한 상태로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최근 중년의 나이대로 접어들었지만, 나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내가 아는 한 건강(부디 그렇기를!)하다. 그런데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왜 거의 매일 숙면 후의 상쾌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비단 나만 겪는 상황이 아니었다. 2023년에 3개 대륙에 걸쳐 91건의 연구를 조사한 메타분석이 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5명 중 1명은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최대 6개월간 지속적인 피곤함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성인 1000여 명 중 44%가 일주일에 2~4일 정도 졸음을 느낀다고 답했다. 2022년에 설문조사 기관 ‘유고브’가 약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결과도 비슷하다. 영국 성인 8명 중 1명은 “항상” 피곤하고, 나머지 4분의 1은 “하루의 대부분이” 피곤하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여성이 남성보다 피곤하다 말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호한 개념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10년 넘게 진료를 해온 가정의학과 전문의 로잘린드 아담은 환자들 사이에서 피로감 호소는 “매우, 매우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매우 흔하다 보니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자체적으로 약어도 만들었다. ‘TATT(Tired All The Time, 항상 피곤함)’다.

하지만 이처럼 피곤하다는 사람이 많은데도, 과학이 이 현상에 대해 밝혀낸 것은 많지 않다. 피곤의 원인, 피곤은 몸과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피곤함을 잘 치료하는 방법 등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피곤함을 정의하는 것조차 까다롭다. 아담은 피로나 피곤함은 “잠들기 쉬운 상태”인 졸림과는 다르다고 했다. “물론 이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피곤함이 훨씬 더 다차원적인 개념입니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워싱턴 대학에서 ‘수면 부족이 일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크리스토퍼 반스는 “피곤하다는 것은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피곤함을 느끼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우선 하이킹을 장시간 하거나 헬스장에서 격렬한 운동을 한 뒤에 느낄 수 있는 신체적 피로가 있다. 메릴랜드주 국립보건원의 프로그램 디렉터이면서 피로의 생물학을 연구하는 비키 휘트모어는 “신체적 피로는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피로”라고 말했다. “이런 피로는 이해하기 쉽죠. 근육 피로 연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지적, 정서적 측면의 피로도 있다. 피로감으로 인해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거나,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낼 수 있는 것이다. 휘트모어는 두뇌의 실시간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이미징 기술과 생화학 분석의 발전 덕에 근래 10여년간 과학자들이 피로를 다른 각도에서 더 파고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신경생물학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뇌의 어느 부위가 피로를 인지하는지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피로 분석의 또 다른 문제는 이것이 지극히 주관적이며 수많은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로는 암과 다발성 경화증, 장기간의 코로나19, 우울증, 근육통증성 뇌척수염 등 많은 질병과 만성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러나 심각한 질병이 없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아담은 “질병에서 오는 피로와 질병과 무관한 피로를 구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애버딘 대학에서 피로가 골수종, 심부전, 장기 코로나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아담은 “다양한 유형의 피로를 파악할 수 있다면 각 원인에 맞게 피로를 치료하고 보다 맞춤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다 질

‘충분한 수면’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성인은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7~9시간의 수면을 권장한다. 충분한 수면의 이점은 수 차례 강조돼 왔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근육 회복과 면역력 상승, 감정 조절, 기억과 새로운 정보 통합 등의 여러 중요한 기능들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피곤함에 장기간 시달리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사망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불안과 우울증에 걸릴 위험 역시 더 크다.

하루하루의 휴식이 불충분하면 두통과 다른 신체적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짜증감과 기분 저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종종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스는 “수면과 결혼 만족도에 관한 연구 기록을 보면, 부부 중 한 사람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 부부 사이에 갈등이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음료가 정말 수면에 도움이 될까?

 

피로는 업무 성과와 리더십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직장 생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반스는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상사가 언어적 및 비언어적 측면에서 적대적인 행동을 사용해 직원을 학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연구 주제로 다뤘다. 그는 “그들(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상사)은 자제력이 떨어지고 우리가 ‘학대성 감독’이라 부르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피로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는 주요 도로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 중 20%에서 근본 원인이 피로로 지목됐다. 챌린저 우주왕복선 사고, 엑손 발데즈 원유 유출 사고 등 인간이 만든 수많은 재난에서도 피로 또는 수면 부족에서 기인한 인간의 실수가 재난 발생에 기여했다. 업무 관련 피로를 연구하는 위스콘신대학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란자나 메타는 “피로는 석유 및 가스 (추출) 작업 현장에서 심각한 재앙과 인명 손실, 경제 문제, 환경 문제를 초래했다”며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분한 수면 시간은 문제를 구성하는 방정식의 일부일 뿐이다. 수면의 질도 중요하다. 휘트모어는 “수면 시간은 적더라도 중간에 깨지 않고 자는 게 중간에 자주 깨면서 오래 자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중간에 수면이 중단되면, 일어났을 때 개운한 느낌이 훨씬 덜하게 됩니다.”

이 현상의 토대에는 우리가 잠을 잘 때 두뇌는 불필요한 활동을 중단한다는 사실이 있다. 휴식에 들어간 뉴런은 보통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뇌척수액은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축적된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일종의 노폐물 제거 시스템을 ‘글림프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휘트모어는 “수면이 방해받거나 수면 장애가 나타나면 전체적인 균형이 깨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뇌에서 제거되는 독성 물질의 양도 줄어들게 됩니다.”

수면 심리학자이자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의 연구 교수인 다니엘 진 블룸은 흥미롭게도 우리의 글림프 시스템이 매일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야 가장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해진 시간에 같은 양의 깊은 수면을 취하는 것과 8시간마다 수면 시간이 바뀌는 것은 독소를 배출하는 능력 측면에서 크게 다릅니다."

수면이 중단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즉,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각성과 졸음의 주기를 조절하는 뇌의 24시간 시계인 일주기 리듬과 수면을 일치시켜야 최상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교대 근무가 속쓰림에서 당뇨병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블룸은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일주기 주기에 맞춰 8시간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렘수면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렘수면은 수면 주기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로 빠른 안구 운동이 특징이며, 일반적으로 꿈을 꾸고 신경 연결을 강화하며 하루 동안의 감정을 처리하는 단계다. 렘수면이 너무 적거나 기능조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우울증과 치매, 파킨슨병, 기타 인지 문제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이유

질 낮은 수면이 건강과 인간관계, 업무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고려할 때, 이 모든 불행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지속적인 피곤함을 호소할 때, 아담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의학적 원인을 배제하는 것이다.

혈액 검사는 갑상선 질환과 에스트로겐 및 기타 호르몬의 불균형, 특히 여성의 피로감과 관련이 있는 질환을 정확히 찾아내는 데 유용한 경우가 있다.

혈액 검사에선 비타민 B12와 엽산, 비타민 D 같은 특정 영양소나 철분,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이 부족한지도 확인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비영리 단체 ‘영양 및 환경 의학 위원회’를 설립한 게이르 비요르클룬드는 “피로를 유발하는 데 있어서 영양소 결핍은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 성분을 포함한 필수 영양소는 에너지 대사를 비롯한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필수적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면 수면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혈액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담은 “1차 진료에서 혈액 검사를 하면 90%가 정상으로 나타난다”며 “때문에 종합적인 임상 병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담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운동과 수면, 식단, 정신 건강 등의 기여도를 살펴본다”며 “그 개인과 개인에게 중요할 수 있는 요소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가 있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사치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는 피로의 큰 원인이다. 중국 공무원 1만6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연구에 따르면, 기준 시점에 부정적인 생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은 추적 조사에서 피곤하다고 답할 확률이 두 배나 높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체온과 심박수를 높여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다. 하루 중 코르티솔 수치는 자연스럽게 변동하지만, 코르티솔 수치가 계속 높아지면 잠드는 것과 수면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휘트모어는 이것이 “피곤하지만 각성이 돼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블룸은 건강한 사람이 피로를 느끼는 또 다른 흔한 원인으로 수면 장애나 호흡 문제를 거론했다.

호흡 문제는 기도가 부분 또는 완전히 막힐 때 발생하는 코골이도 포함된다. 블룸은 “모든 코골이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며, 수면무호흡의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은 일부 수면자가 밤새 반복적으로 호흡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는 질환이다.

블룸은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수면 패턴을 방해하고 깊은 수면을 취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7~9시간의 수면을 취했다 해도, 수면의 질이 충분하지 않은 겁니다.”

탈수 또한 피로감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다른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카페인과 알코올이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과 알코올이 수면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카페인의 반감기는 약 5시간으로, 정오에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자정까지 카페인의 4분의 1이 남아 있게 됩니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마시는 술은 수면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흡 문제를 악화시키고, 일주기 주기를 방해하며, 렘수면을 방해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블룸은 “(술을 마시면) 첫 번째 수면 주기에는 조금 더 빨리 잠들고 조금 더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가장 얕은 수면 단계로 넘어가면서 밤새 더 많은 각성과 추가적인 코르티솔 급증을 유발합니다.”

비요르클룬드는 체내 에너지를 높이는 방법은 이성적인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고 했다.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고, 영양 결핍을 해결하고, 수면 위생을 유지하고, 마음챙김과 같은 기술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하고, 적절한 수분 섭취를 하고, 인지 행동 치료와 같은 치료적 개입을 고려하고,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식이 있어도, 이를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나 역시 내 일상에서 ‘꿀잠’을 자기 위한 준비 절차를 다시 짜야 할 것 같다.

기사 관련 정보

  • 기자,샌디 옹
  • 기자,BBC 퓨처
  • 2024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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