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 144일 만의 영결식…‘완전월급제’ 꿈은 아직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개월여 만에 보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한 풀어드리려고 5개월간 싸워왔던 날들이 저에겐 정말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단 한번도 괜찮은 적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겠지만 꼭 이기고 싶습니다. 먼 훗날 자랑스럽게 웃으면서 아빠 보고 싶습니다.”(방영환씨 딸 방희원씨)
택시 완전월급제와 임금 체불 해결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 분신한 택시 노동자 방영환(55)씨의 영결식이 사망 144일 만인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5개월 만에 아버지 장례를 치른 방씨의 딸 희원씨는 추도사를 읽는 내내 눈물 흘리며 다짐했다.
택시 완전월급제는 택시 노동자가 수입 전액을 회사에 내고 보통 회사처럼 주 40시간 최저임금을 넘는 수준의 일정한 월급을 지급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하루 수입 가운데 일정 부분만 회사에 떼어주고 나머지 수입을 가져가는 택시 사납금제가 낳은 장시간 노동과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택시발전법을 개정해 2021년 서울시부터 우선 시행됐다. 하지만 방씨가 겪은 택시 노동의 현실은 법과 달랐다. 방씨는 택시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선 법정 투쟁 끝에 2022년 회사에 복직했는데, 다시 돌아온 회사에서 또다시 사납금제와 유사한 임금체계를 담은 근로계약서를 받았다. 방씨는 이를 인정할 수 없어 1인시위를 시작했다. 그가
“내 한 몸 불태워 저들의 만행이 온 세상에 알려져 나의, 또한 택시 노동자들의 억울함이 풀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건 1인 시위 277일째, 지난해 추석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방씨 사망 이후 딸 희원씨와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방씨를 죽음으로 내몬 택시 완전월급제 정착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근로감독을 통해 방씨가 일했던 해성운수가 최저임금법 등 5개 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서울시는 해성운수의 모회사인 동훈그룹 21개 사업장이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를 위반해왔음을 확인해 사전 과태료 처분서를 발송했다. 해성운수 대표는 근로기준법 위반, 폭행 등 혐의로 구속됐다. 뒤늦은 점검과 적발, 사법 처리였다.택시 완전월급제는 법적으론, 오는 8월부터 서울을 넘어 전국에서 시행된다. 하지만 현장 안착까지 여전히 과제가 많다. 택시 노동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법을 어겨도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이 거의 없는 탓이다. 정원섭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은
“서울시만 해도 제대로 된 전수조사, 과태료 부과 없이 법이 규정한 완전월급제 위반을 방치해 이런 사태까지 발생했다”
며
“전국 확대를 앞두고도 정부와 지자체들은 (완전월급제를 안내하는) 매뉴얼조차 만들지 않는 등 시행 준비에 전혀 나서지 않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